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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카카오 대표 홍은택

by 수지쉽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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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줄거리 리뷰

2006년에 나온 카카오 대표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다.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재미있다고 해서 봤는데 기대했던 만큼 좋았다. 다소 촌스러운 표지와 정직한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잘 팔린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자전거-타는-남자-사진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책 표지

 

지루하지 않았다. 조금 두껍긴 하지만 사진과 빈 공간이 있어 두꺼운 책을 인내심도 필요 없다.

미국 역사에 대한 내용들은 관심 있게 봤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여행 중 잠시라도 함께했던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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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페(SANTAFE)에 가는 길에 미야자와 리에를 떠올린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순간 미야자와 리에가 누구인가 했다. 검색을 해보니 1991년 누드집을 낸 일본의 영화배우다. 당시 좀 떠들썩했으니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63세의 한 남자는 23년 전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횡단한 딸의 재미있는 여행 일기를 보고 그 행로를 답사하는 중이다. 

어느 주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데이라이트 도넛'이라는 가게에 들렀다고 썼는데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다가 눈을 떠보니 ' 데이라이트 도넛'이라는 간판이 유령처럼 나타났다고 했다. 이렇게 23년의 시차를 두고 딸과 여행하는 방법도 있다.]

P.231
뭉클함이 밀려오는 글이었다. 이런 마법 같은 이야기에 꼭 감동하게 된다.

어느 장소에 'HOT GIRL'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서 HOT GIRL을 찾았지만 결국 없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힘든 일정 중에도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연히 만난 남자들에게 여자 생각나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 '힘든데 그런 생각날 틈이 있겠냐'라고 대답한 후 셋이 30분 동안 자지러지게 웃었다는 에피소드 있다. 너무 웃겼다. 그러다 문득 걸어 다니는 조각상이 있다는 이탈리아에 갔을 때 그런 사람들을 못 봐서 실망스러워하던  동행자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뭐 다 그런 것 같다.


노부부 라이더들도 기억에 남는다. 60이 넘는 나이지에 함께 대륙을 횡단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스위스 여행 중에 한쪽 눈이 없는 발랄한 개와 여행하던 노부인을 만났던 생각이 난다. 여행을 젊었을 때 해야 한다는 말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그 노부인과 노부부를  떠올리며 늙어서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억해야겠다.

 

타이어가 펑크나 난처해진 홍은택을 도왔던 29살의 벤과 로니 부부의 만남은 너무 아름다웠다. 낯선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고 친절을 베풀어준 그들의 꿈은 돈을 벌어 땅을 사고 우체국 정직원이 되는 것이었다.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배운 사람.

 

여행을 계획하고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 취소하고 그만두고 싶은 적이 있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일정이 취소 됐으면 하는 생각 말이다. 설렘에 여행을 준비하다가도 그날이 점점 다가오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해답을 책에서 찾았다. 아랫글이다.

 

[끝까지 다 와서도 끝까지 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회의를 지우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회의는 오랜 습관이어서 어떤 상황에서든 틈만 보이면 벌레처럼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그래서 급기야는 결승점을 겨우 몇 미터 앞에 두고 경기를 포기하는 마라토너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아니면 중도 포기를 가정함으로써 이제 끝까지 갈 수 있게 된 상황을 재확인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p,594

내용 밑줄

[해질 무렵 근사한 저녁이었다. 나는 술 욕심이 나서 거의 반 병 이상을 내가 마셨다. 그러고는 취기로 숨이 가빠져서 텐트 안에 눕자 스스로가 못마땅해졌다. 기껏 여행으로 맛난 음식과 좋은 술에 대한 갈망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가. 내 결핍을 통해서 고작 배우는 게 풍요로운 소비에 대한 향수인가. 그렇다면 나는 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거다. 그럼 안 되지. 앞으로는 주는 대로 다 맡아먹지 말자.]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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